본문 바로가기
비즈니스 및 정치

[Drive to Survive D-7] F1은 어떻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스포츠가 되었을까?

by F1duck 2026. 2. 6.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Drive to Survive 시리즈 8편의 개봉이 D-7로 다가왔다!
3월부터는 매우 바쁜 한 달이 될 것 같다... 볼 게 너무 너무 많아서

Drive to Survive Series 8
2월 27일 개봉하는 Drive to Survive

 

물론 이미 이전 시리즈까지 전부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못 본 사람들도 있을테니 7일간 이전 시리즈에 대해 간략한 맥락 설명을 연재해보려고 한다.


그 전에 오늘은 Drive to Survive가 F1에 불러온 변화를 간략하게 다뤄보려고 한다. 이 넷플릭스 시리즈가 F1 더 무비 만큼이나 전세계적으로 F1 팬덤을 키우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한때 F1은 멀고 어려운 스포츠였다. Formula 1은 오랫동안 유럽 중심의 기술 스포츠였고, 룰은 복잡했으며 중계는 불친절했다. 팀과 드라이버의 이야기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TV 중계권은 국가별로 흩어져 있었고, 보는 사람도 별로 없어 광고도 비어있었다. 팀들은 각자 생존해야 했기에 페라리 같이 큰 제조사 팀이 아니고서야 늘 궁상을 떨어야했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돈이 되는 스포츠’와는 거리가 있었다.

 

 

에클스톤 시대와 콩코드 협정: F1이 산업화된 시점

변화의 시작은 버니 에클스톤이었다. 1980년대 초, 그는 F1의 상업권을 한데 모았고 콩코드 협정을 통해 중계권과 개최권을 중앙집중화했다. 콩코드 협정은 FIA와 F1팀, FOM 사이에 맺어진 계약으로 F1 챔피언십의 TV 중계권 판매에서 발생하는 중계권료와 각종 수익을 종합한 뒤 이뤄지는 최종적인 상금 분배에 대한 다자간 계약을 가리킨다.

1980년대 초반에 FISA와 FOCA의 갈등해소 과정에서 첫 콩코드 협정이 체결된 이후, 계약의 주체와 내용이 수정되는 가운데 최근 2021년의 협정까지 모두 여덟차례 콩코드 협정이 맺어졌다. 이후 F1 챔피언십과 TV 중계 시스템의 체계가 잡히면서 중계권료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각국 그랑프리는 개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자리잡혔으며, F1 전체 매출과 함께 F1 팀에 돌아가는 수익이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에클스톤은 유료 TV 중심 전략을 고수했고, 디지털과 스트리밍 흐름에는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2010년대 중반 유럽 내 시청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고, 2017년에는 일부 국가에서 시청률이 30% 이상 줄어들었다.

 

 

2017년, 리버티 미디어의 인수

2017년, 미국 미디어 기업 리버티 미디어가 F1을 약 80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F1의 미국 내 존재감은 미미했다. ESPN 중계권은 무료로 넘겨질 정도였고, 미국은 사실상 ‘미개척 시장’에 가까웠다.

리버티가 본 것은 가능성이었다. 전 세계 4억 명의 잠재 팬, 9개월에 달하는 시즌, 그리고 아직 비어 있는 디지털 공간. 전략의 핵심은 ‘보여주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디지털 콘텐츠를 확대하고, 해외 시장을 확장하며, 드라이버 개인 홍보 규제를 완화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수가 등장했으니...

 

 

Drive to Survive 이후, 급격한 상업화

그 전환점은 Formula 1: Drive to Survive였다. 2021년 초 시즌 3가 공개되자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변화는 수치로 드러났다. 2021년 미국 내 F1 평균 시청자 수는 약 95만 명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고, 2022년에는 121만 명까지 늘었다. F1은 더 이상 ‘어렵고 먼 스포츠’가 아니었다. 사람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 흐름의 정점은 2023년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였다. 이 레이스는 처음부터 ‘보여주기 위한 쇼’로 설계됐다. 중계 연출을 총괄한 데이비드 힐은 TV 화면을 기준으로 레이스를 기획했다. 개막 행사에는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이 투입됐고, 레이저와 드론, 팝 스타가 등장했다. 비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기에 헬리콥터 촬영이 대폭 늘어나며 레이스 내내 상공에는 여러 대의 헬기가 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은 홍보에는 완벽했지만 온보드 카메라에는 불리했고, 안전 펜스와 관중석이 시야를 가렸다. 

 

이 변화가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막스 베르스타펜이다. 그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챔피언이지만, 동시에 변화에 가장 비판적인 드라이버이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는 트랙도, 경기 시간도, 연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99% 엔터테인먼트, 1% 레이싱”이라는 그의 발언은 개인의 불평이라기보다 전통적인 F1 팬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말에 가까운 듯 하다.

 

라스베가스 GP, 라스베이거스, F1
라스베가스 GP, 2025 시즌에도 포디엄에 앞서 대규모의 디즈니 축하 분수쇼와 레고 실차로 중계진들이 말을 잃게 했다...

 

 

과거의 F1은 본디 '마초적'이고 '거친' 모습이었다. 드라이버 간의 갈등이 노골적이었고, 규칙은 느슨한 편이었으며, 매우 위험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면 니키 라우다와 제임스 헌트 간의 라이벌 스토리를 다룬 <러시:더 라이벌>을 추천한다.

 

한편, 리버티 미디어 체제 아래 F1은 날이 갈수록 빡빡해져가는 규제 아래 변화의 폭이 줄어들었으며, 정제된 연출로 나날이 브랜드화되어 소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화스러운 스폰서들이 붙으며 시청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수익은 30억 달러를 넘어서는 실정이다. 다만 너무나 자본주의적인 엔터테인먼트가 되어가는 F1의 모습에 그 순수한 '레이싱'에 대한 사랑, 본질이 변질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정통 팬들의 목소리에도 공감이 간다.

 

그건 지금 우리가 보는 <F1 더 무비>와 <러시> 간 느껴지는 그 차이일까?
<F1 더 무비>에서는 보다 기술적이고 정교하고 '첨단화'된 선수관리 및 기술개발, 각종 스폰서십과 화려한 럭셔리가 돋보인다면, <러시:더 라이벌>에서 비춰지는 F1은 보다 더 투박하고, 거칠고, '남성성'이 강조된 날 것의 스포츠가 담겨있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을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불가피한 변화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그 시대를 가만히 상상해본다.

 

좌측 <Rush>, 우측 <F1 the 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