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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시즌 & 레이스/드라이버 & 팀

[팀소개] Scuderia Ferrari (0) 원조맛집, 페라리는 오늘도 꿈을 꾼다

by F1duck 2026. 3. 31.

페라리는 가장 오래된 팀이자 포뮬러 1이라는 스포츠의 구조를 만들어온 팀이다. 이탈리아 마라넬로를 기반으로 1929년 Enzo Ferrari가 창설한 이후, 1950년 F1 월드 챔피언십이 시작되자마자 합류해 지금까지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은 유구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또한 FIA 규정에 대한 ‘거부권(veto)’을 보유한 유일한 팀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이처럼 페라리는 브랜딩의 요소와 함께 기술, 정치, 팬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독특한 팀이다.


페라리의 공식 팀명인 Scuderia Ferrari에서 ‘Scuderia(스쿠데리아)’는 이탈리아어로 ‘마구간’ 또는 ‘경주마를 관리하는 팀’을 의미한다. 원래는 경주마를 위한 공간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모터스포츠 팀을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즉 ‘Scuderia Ferrari’는 직역하면 ‘페라리 레이싱 팀’ 혹은 ‘페라리 레이스 조직’에 가까운 의미다.

이 이름에는 창립자 Enzo Ferrari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레이싱을 기계와 드라이버가 하나의 유기적인 팀으로 움직이는 ‘경주마와 기수의 관계’에 비유했다. 그래서 페라리는 지금까지도 팀을 하나의 ‘스쿠데리아’로 부르며, 전통적인 레이싱 문화와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집이 "원조".. 그 격을 세우다 (1950s–1970s)

페라리는 F1의 초창기부터 경쟁의 중심에 있었다. 페라리는 1951년 영국 그랑프리에서 첫 승을 거두며 Alfa Romeo F1 Team의 지배를 꺾었고, 이후 Alberto Ascari가 1952년과 1953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팀의 첫 전성기를 열었다. 당시 페라리는 엔진과 섀시를 모두 자체 개발하며 기술적 자립을 이룬 몇 안 되는 ‘컨스트럭터 팀’이었다 (물론 현재까지도).

1950~60년대는 드라이버 중심의 시대이기도 했다. Juan Manuel Fangio, Mike Hawthorn, Phil Hill 등이 페라리에서 챔피언십을 차지하며 팀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특히 필 힐은 F1 최초의 미국인 챔피언이라는 상징성도 지녔다.

1960년대는 다소 격동의 시기였다. 내부 갈등과 정치적 문제로 몇몇 레이스를 보이콧하기도 했고, 기술적으로도 경쟁에서 밀리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John Surtees가 1964년 챔피언에 오르며 페라리의 존재감을 세워갔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페라리는 다시 강력해진다. Niki Lauda는 단순히 빠른 드라이버가 아니라 차량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Garage에서 밤샘 작업까지 마다 않는 엔지니어링 드라이버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팀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렸다. 1976년 German Grand Prix에서의 대형 사고 이후 불과 6주 만에 복귀한 사건은 페라리와 F1 역사 전체를 대표하는 장면이 되었다. 이후 Jody Scheckter가 1979년 챔피언에 오르며, 이 시기 페라리의 마지막 드라이버 타이틀을 기록한다. 이후 페라리는 다시 긴 공백기로 들어간다.

 

니키 라우다, 페라리니키 라우다, 페라리
전설의 니키 라우다, 목숨을 잃을뻔한 사고에서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복귀한 그의 투지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영화 "Rush"를 추천한다



보이지 않는 균열과 긴 침체 (1980s–1990s)


1979년 이후 페라리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83년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은 있었지만, 드라이버 타이틀은 나오지 않았다. 이 시기의 특징은 엔진 성능이나 단일 레이스 페이스에서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차량의 안정성과 전략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인데 (이건 왜 현재도 그런 것 같은지..), Alain Prost, Nigel Mansell, Jean Alesi 등 당대 최고의 드라이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팀 차원의 완성도가 부족해 드라이버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또한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했다. 1980년대 후반, 페라리는 FIA와의 갈등 속에서 IndyCar 진출을 검토하며 F1을 떠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협상 카드였지만, 그만큼 당시 팀이 구조적 변화를 필요로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조직의 현대화’였다. 기술 조직, 전략 운영, 드라이버 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점진적인 개선이 이루어졌고, 이는 훗날 성공의 기반이 된다.

 

 

슈마허와 함께한 지배적인 황금기 (2000–2004)

2000년대 초반은 페라리가 (드디어) ‘완성된 조직’으로 기능했던 시기다. 중심에는 Michael Schumacher 당대 최고의 드라이버가 있었지만, 그 뒤에는 Jean Todt, Ross Brawn, Rory Byrne로 이어지는 핵심 인력들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정교하고 일관성 있는 전략과 피트스탑, 시즌 내내 안정적인 차량 개발은 빠른 차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케 했다. 특히 2004년 시즌은 18경기 중 15승을 기록하며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슈마허는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이 시기의 페라리는 그리드의 지배자이자 F1 역사의 기준점으로 남았다.

슈마허, 2004년미하엘 슈마허, 2004
슈마허의 시대, 2004 시즌

 

반복되는 ‘거의’의 역사 (2005–2019)


지배 이후 페라리는 다시 인간적인 팀으로 돌아온다. 2005년 규정 변화(타이어 규정*)는 페라리에게 큰 타격이었고, 이후 팀은 재정비를 거친다.
2007년 Kimi Räikkönen은 시즌 마지막 레이스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드라이버 챔피언에 올랐다. 이 해는 Spygate 사건**으로 경쟁 구도가 흔들렸던 특수한 시즌이기도 했다. 2008년에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따냈지만, Felipe Massa는 단 1점 차로 드라이버 타이틀을 놓쳤다.
*2005년에는 레이스 도중 타이어 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도입됨
**McLaren이 Scuderia Ferrari의 기밀 기술 정보를 불법적으로 보유하여 맥라렌의 2007년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자격이 전면 실격된 사건

키미 라이코넨
1점차로 해밀턴으로부터 드라이버 타이틀을 빼앗아온 Kimi Raikkonen

 


이후 Fernando Alonso와 함께했던 시기는 ‘가장 아까운 시기’로 평가된다. 2010년과 2012년, 모두 시즌 마지막까지 챔피언십을 이끌거나 경쟁했지만 전략 선택 하나, 변수 하나로 타이틀을 놓쳤다.

Sebastian Vettel과 함께한 2017–2018년 역시 유사한 흐름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가장 빠른 차를 보유했지만, 개발 경쟁에서 Mercedes-AMG Petronas Formula One Team에 밀렸고, 드라이버 실수와 전략 미스가 겹치며 결국 타이틀을 내주었다.

이 시기의 페라리는 항상 ‘충분히 빠른 팀’이었다. 하지만 늘상 뭔가 이상하게 부족하여 아쉬운 팀으로, 희망고문을 해대는 팀이었다.
그게 페라리의 헤어나올 수 없는 (?) 매력 아닐까..


붕괴, 재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밀당 (2020–2025)

2020년은 페라리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시즌 중 하나였다. 엔진 관련 규정 이슈 이후 성능이 급격히 하락했고, 팀은 6위로 추락했다. 이후 페라리는 빠르게 방향을 수정한다. Charles Leclerc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고, 젊은 드라이버 중심의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2년에는 초반 챔피언십을 주도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Reliablity와 전략 이슈로 번번히 기회를 놓쳤다.

2024년, 팀은 안정성을 회복하며 컨스트럭터 준우승을 기록했고, 이는 조직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그리고 2025년, Lewis Hamilton의 합류는 상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해밀턴은 중국 스프린트에서 팀에 첫 승을 안겼지만, SF-25를 다루기 어려워하며 아쉬운 성과를 내었다. 특히 이 시즌에서는 팀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량이 동시에 실격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여전히 운영과 완성도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페라리, 르끌레르
르끌레는 언제쯤 월챔이 될 것인가



페라리는 늘 극단적인 팀이다. 가장 위대한 순간과 가장 실망스러운 순간을 모두 만들어내었으나,
어떤 상황에서도 F1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인싸" 팀이자 F1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듯한 귀한 팀인 것이다.

우승하지 못해도 가장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기대를 저버려도 다음 시즌 가장 큰 기대를 받는 팀..
절대 포기할 수가 없는 꿈을 티포시들의 가슴에 심어놓고 매번 필랑말랑한 꽃을 꺾어버리는 이.. 바람둥이 애인 같은 팀의 매력은 정말 헤어나올 수가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