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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가이드

F1 입문 총정리 (4) 피렐리 타이어 컴파운드

by F1duck 2026. 2. 19.

 

f1 타이어, 타이어컴파운드

 

 

타이어는 F1 레이스카에서 유일하게 노면과 맞닿는 부품이다. 수백 km/h로 달리는 레이스에서 드라이버가 신뢰할 수 있는 접점이자, 전략을 설계하는 핵심 변수다. 엔진 출력이나 에어다이나믹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타이어의 상태와 피트스탑 시점의 설계에 따라 랩타임이 무너지거나 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F1 타이어의 공급 구조부터 레이스를 이해할 때 꼭 알아야 할 컴파운드 구성, 레이스 전략, 그리고 역사까지 한 번에 정리해본다.

 

 

F1 타이어는 누가 공급할까

현재 F1의 단독 타이어 공급사는 이탈리아의 Pirelli다. Pirelli는 1950년 월드 챔피언십 출범 당시에도 참여했으며, 이후 여러 차례를 거쳐 2011년부터 다시 F1에 복귀해 현재까지 독점 공급을 맡고 있다. 과거에는 미쉘린을 포함해 복수의 제조사가 경쟁하는 ‘타이어 전쟁’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단일 공급 체제로 운영된다. 계약은 2027년까지로 되어있다.

 

F1의 타이어 역사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큰 전환점은 2022년의 18인치 타이어 도입이었다. 기존 13인치 규격에서 벗어나 프로파일, 내부 구조, 컴파운드까지 모두 새롭게 설계된 완전한 ‘신규 플랫폼’이었다. 1만 시간 이상의 실내 테스트와 5천 시간 이상의 시뮬레이션, 70개 이상의 가상 프로토타입 개발을 거쳐 30종 이상의 사양이 만들어졌고, 실제 트랙에서 2만 km 이상 검증이 이뤄졌다. 드라이버들의 피드백 역시 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8인치 규격은 일반 도로용 타이어와의 기술 연계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컴파운드 구성: C0~C5와 컬러 코드

그랑프리 주말마다 각 팀에는 총 13세트의 드라이(슬릭) 타이어, 4세트의 인터미디엇, 3세트의 풀 웻이 배정된다. 슬릭 타이어는 표면에 홈이 없는 매끈한 형태로,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의 노면에서 사용된다. 인터미디엇은 약한 비나 노면이 살짝 젖은 상황에, 풀 웻은 폭우 상황에서 배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깊은 홈과 패턴이 적용된다. 

 

슬릭 컴파운드는 가장 단단한 C0(과거 C1)부터 가장 부드러운 C5까지 구성된다. (2025 시즌 C6이 소개되었으나, 2026 시즌에 퇴출되었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무가 부드럽고 그립이 강하지만, 마모 속도도 빠르다. 각 그랑프리마다 이 중 세 가지가 선택되어 하드(흰색), 미디엄(노란색), 소프트(빨간색)로 지정된다. 인터미디엇은 초록색, 풀 웻은 파란색으로 구분된다. 

 

슬릭 컴파운드 C0~C5의 특성:

  • C1(C0)은 가장 내구성이 뛰어나 긴 스틴트에 적합하며, 타이어 마모가 빠른 고온이나 고하중 서킷에서 주로 사용된다.
  • C2는 높은 열과 새로운 트랙 환경에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지다.
  • C3는 성능과 내구성의 균형이 좋은 ‘기준점’, 표준의 역할을 한다.
  • C4는 빠른 워밍업과 높은 피크 그립이 요구되는 구간에서 유리하며,
  • C5는 가장 빠른 랩타임을 노릴 수 있는 초연질 컴파운드다.

어떤 컴파운드를 선호할지는 서킷 특성, 노면 거칠기, 기온, 팀의 셋업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매 그랑프리마다 피렐리는 슬릭 타이어의 소프트, 미디움, 하드 타입이 각각 C1~5 중 몇 번인지를 배정하여 발표하는데, 이는 트랙마다 날씨와 노면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타이어 컴파운드의 종류와 특성, 매 GP 스타트에 주어지는 타이어 구성도
초기에 주어지는 타이어 구성, 2025 멕시코시티 트랙 기준으로 Soft는 C5, Medium은 C4, Hard는 C2가 지정되었었다.

 

 

프랙티스, 퀄리파잉, 레이스를 걸친 타이어 운용 전략

배정되는 타이어 갯수가 지정되어있는 한편, 추가적인 룰도 존재한다.

 

각 팀은 세 번의 연습 세션이 끝날 때마다 두 세트씩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에서 좋은 성능을 보였던 타이어를 그대로 레이스에 사용할 수 없다. 팀은 연습 주행을 통해 노면 그립, 코너 특성, 마모 경향을 분석하고, 예보된 기온과 기상 조건까지 고려해 주말 전체 전략을 설계한다.

 

건조한 트랙에서의 레이스에서는 최소 두 종류 이상의 슬릭 컴파운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즉, 레이스 도중 피트 스톱은 최소한 1회 이상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규정 하나만으로도 전략의 방향은 크게 갈린다. 예를 들어 긴 서킷에서 하드로 출발해 스틴트를 길게 가져간 뒤, 후반에 소프트로 교체해 추월을 노릴 수 있다. 반대로 노면 그립이 낮은 상황에서 소프트를 무리하게 오래 쓰면 급격한 성능 저하로 추가 피트스톱이 필요해질 수 있다. 한편, 날씨에 따라서도 피트스톱 횟수와 타이어 컴푸은드를 고려해야 하는데, 더운 날씨에서는 마모가 빨라져 피트스톱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각 드라이버는 Q3를 위해 소프트 타이어 한 세트를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 퀄리파잉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어 Q3에 진출한 드라이버는 이 세트를 사용하고, 퀄리파잉 이후 반환해야 하지만, Q3에 진출하지 못한 드라이버는 해당 세트를 레이스용으로 보유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하위 그리드에서 출발하는 드라이버들은 새 소프트 타이어를 한 세트 더 확보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스프린트 포맷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프랙티스 세션 두 번을 스프린트 퀄리파잉과 스프린트 (미니 레이스) 가 대체하게 된다. 금요일에 진행되는 퀄리파잉에서는 소프트 타이어만 사용할 수 있으며, 스프린트 레이스에서는 드라이버가 타이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의무 피트스톱 요건도 없다. 다만 스프린트 레이스가 끝난 뒤에는 각 드라이버가 가장 많은 랩을 주행한 타이어 한 세트씩은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

 

스프린트가 없는 일반적인 레이스 주간에는 스타트 이후, 프랙티스, 퀄리파잉에 따라 사용된 타이어를 위와 같이 반납한다.

 

 

타이어 마모 현상: 그레이닝과 블리스터링

레이스 중 타이어 상태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그레이닝과 블리스터링이다. 해설에 종종 나오니 알아두면 유용하다. 둘 다 극심한 온도차로 인해 비롯되지만, 발생 메커니즘은 다르다.

 

 

그레이닝(graining)은 타이어 표면은 과열됐지만 내부 구조(카카스)는 충분히 뜨겁지 않을 때 발생한다. 표면 고무가 찢기듯 떨어져 나와 작은 고무 덩어리가 표면에 달라붙으며 접지력이 감소한다. 일시적으로 랩타임이 크게 나빠질 수 있지만, 주행을 이어가며 표면이 정리되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그레이닝이 심하게 나타나는 트랙은 대체로 그립(마찰)이 적은 노면이거나 기온이 낮고, 타이어가 적정 온도에 안정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쉽게 말해 타이어가 잘 미끄러지고, 데워지기 어려운 곳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Mexican Grand Prix가 열리는 Autódromo Hermanos Rodríguez을 들 수 있다. 이 서킷은 해발 약 2,2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 밀도가 매우 낮다. 그 결과 다운포스와 공기 저항이 줄어들고, 타이어에 가해지는 수직 하중과 에너지 입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이 상황에서 타이어 내부는 충분히 가열되지 못한 채 표면만 먼저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무가 미끄러지며 찢겨 나가는 그레이닝이 발생하기 쉽다. 즉, 멕시코시티의 경우 고도에 따른 공기 밀도 감소 → 다운포스 감소 → 미끄러짐 증가라는 메커니즘이 그레이닝과 연결된다.

또한 Chinese Grand Prix의 Shanghai International Circuit처럼 긴 반경의 코너에서 타이어가 지속적으로 미세하게 슬라이드하는 트랙이나, Monaco Grand Prix가 열리는 Circuit de Monaco와 같은 스트리트 서킷 역시 노면 특성상 초반 스틴트에서 그레이닝이 자주 나타나는 편이다.

 

 

블리스터링(blistering)은 반대로 내부는 매우 뜨거운데 표면은 상대적으로 차가울 때 발생한다. 내부 열이 표면을 밀어내며 고무가 터지듯 떨어져 나가고, 작은 구멍이나 물집 형태의 손상이 남는다.


블리스터링은 대체로 트랙 온도가 매우 높고, 고속 코너에서 지속적으로 큰 에너지가 입력되는 서킷에서 나타나기 쉽다. 핵심은 ‘열의 축적’이다. 고속 코너에서 타이어는 강한 횡하중을 지속적으로 받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 구조(카카스) 온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만약 이 열이 표면을 통해 충분히 방출되지 못하면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결국 표면 고무를 밀어 올리며 물집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후 그 부분이 터지면서 고무가 떨어져 나가고, 표면에 작은 구멍이나 패인 자국이 남는다.

 

그레이닝이 비교적 ‘표면 정리’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는 현상이라면, 블리스터링은 구조적 손상에 가까워 성능 저하가 더 지속적이다. 접지면이 고르게 유지되지 못하고, 특히 고속 코너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심한 경우 진동이 발생해 드라이버가 그립 한계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Austrian Grand Prix가 열리는 Red Bull Ring을 들 수 있다. 비교적 짧은 랩이지만 긴 풀스로틀 구간과 강한 제동, 그리고 고온 조건이 겹치면서 특정 시즌에는 블리스터링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소프트 컴파운드 사용 시 후반 스틴트에서 내부 과열이 누적되며 문제가 두드러진 바 있다.

또한 British Grand Prix의 Silverstone Circuit이나 Spanish Grand Prix의 Circuit de Barcelona-Catalunya처럼 고속 코너가 연속되는 트랙도 블리스터링 위험이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실버스톤의 매그곳–베켓–채플 구간처럼 방향 전환이 빠른 고속 섹션은 타이어에 지속적인 횡하중을 가해 내부 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린다. 바르셀로나 역시 긴 3번 코너와 고속 섹터 구성으로 타이어에 많은 에너지를 축적시키는 서킷이다.

 

 

F1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

F1 타이어의 역사는 곧 기술 규정의 역사이기도 하다. 초창기 월드 챔피언십 시절 타이어는 일반 도로용 고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되면서 레이싱 전용 컴파운드 개발이 본격화됐고, 1970년대에는 홈이 없는 슬릭 타이어가 도입되며 현대적 개념의 F1 타이어가 자리 잡았다. 이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자 1998년에는 그루브(홈) 타이어가 다시 도입됐고, 2009년부터는 다시 슬릭으로 복귀했다. 안전과 성능, 그리고 경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규정 변화가 반복된 셈이다.

 

2005년에는 타이어 교체 금지 규정이 도입되며 또 한 번의 큰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F1은 복수의 공급사 체제였고, MichelinBridgestone이 경쟁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그랑프리에서 Michelin 타이어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고, 일부 팀이 결승에서 정상적으로 경쟁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타이어 규정과 공급 체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로 이어졌고, 결국 오늘날의 단일 공급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F1의 단독 타이어 공급사는 이탈리아의 Pirelli다. Pirelli는 1950년 월드 챔피언십 출범 당시에도 참여했으며, 1980~90년대를 거쳐 2011년부터 다시 F1에 복귀해 지금까지 독점 공급을 맡고 있다. 현재의 계약은 2027년까지이며, 단일 공급 체제 아래에서 성능과 전략 변수의 균형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F1은 2030년 넷제로(Net Zero Carbon)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타이어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다. 현재는 타이어 워머(예열)의 축소 혹은 폐지를 전제로, 예열 없이도 적정 온도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컴파운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는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전략과 주행 특성에도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