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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시즌 & 레이스/레이스

F1 상하이 그랑프리의 4가지 역대급 레이스

by F1duck 2026. 3. 13.

중국 그랑프리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F1 역사에서 꽤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낸 레이스로 꼽힌다.
Chinese Grand Prix는 2004년 처음 캘린더에 합류한 비교적 ‘신생’ 그랑프리지만, 타이틀 경쟁을 뒤흔든 사건들과 전설적인 우승 장면들을 여러 번 만들어 왔다. 특히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은 긴 직선과 기술적인 코너가 공존하고, 날씨 변화가 잦아 전략과 타이어 선택이 레이스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6 시즌 역시 새로운 기술 규정 시대의 시작과 함께 중국 그랑프리를 맞이하게 된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Australian Grand Prix에서 George RussellMercedes-AMG Petronas Formula One Team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첫 승을 가져가면서, 새 규정 아래 팀들의 전력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기에 2026년 첫 스프린트 레이스까지 예정되어 있어 중국 그랑프리는 시즌 초반 판도를 가늠할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근 5년간 우승 드라이버]  

  • 2025 – Oscar Piastri (McLaren)
  • 2024 – Max Verstappen (Red Bull)
  • (*2020-2023 코로나 공백기)
  • 2019 – Lewis Hamilton (Mercedes)
  • 2018 – Daniel Ricciardo (Red Bull)
  • 2017 – Lewis Hamilton (Mercedes)

 

2006 슈마허-알론소의 치열한 추월전과 슈마허 커리어 마지막 우승

중국 그랑프리의 역사는 2004년 첫 대회부터 드라마틱했다. 새롭게 건설된 Shanghai International Circuit에서 열린 첫 레이스에서는 Rubens Barrichello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Kimi RäikkönenJenson Button을 상대로 레이스 내내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한 시즌 내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이미 시즌 챔피언을 확정했던 팀 동료 슈마허가 상하이에서 유독 고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퀄리파잉에서 스핀을 하며 그리드 맨 뒤에서 출발했고, 경기 중에도 또 한 번의 스핀과 충돌, 펑크까지 겪으며 결국 12위에 그쳤다.

하지만 2006년 레이스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Michael Schumacher는 라이벌 Fernando Alonso와의 치열한 대결 끝에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F1 통산 91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으로 남았다. 2006년의 상하이 그랑프리는 시즌 후반부에 위치해있었고, 슈마허가 은퇴를 선언한 Italian Grand Prix의 다음 라운드였다.

중국 그랑프리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으로 꼽히는 당시의 레이스는 비가 내렸다가 멈추는 ‘웨트-드라이(wet-dry)’ 조건에서 진행됐다. 웨트-드라이란 말 그대로 트랙 일부는 젖어 있고 일부는 마르는 변화하는 노면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타이어 선택과 피트 전략이 승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레이스는 예선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한 알론소에게 유리하게 시작됐다. Renault F1 Team의 레이스카와 미쉐린(Michelin) 타이어*는 젖은 노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었고, 알론소는 경기 초반에 무려 25초 이상 격차를 벌릴 정도로 압도적인 리드를 구축했다. 반면 슈마허의 Scuderia Ferrari는 상황이 달랐다. 당시 Ferrari는 브리지스톤(Bridgestone)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타이어는 빗길에서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졌다. 또한 슈마허는 6번 그리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레이스 초반에는 추격자 입장이었다. 그는 차근차근 순위를 올리며 레이스를 풀어갔다. 경기 초반 슈마허는 Lap 8에서 Rubens Barrichello를 추월했고, Lap 14에는 Jenson Button까지 제치며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눈에 띄는 공격적인 장면보다는 꾸준하고 계산된 추월이 이어졌고, 이는 슈마허 특유의 레이스 운영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당시에는 팀별로 사용하는 타이어가 달랐다.
2001-2006 은 Bridgestone과 Michelin 경쟁 공급 / 2007-2010 Bridgestone 단독 공급 / 2011- Pirelli가 공급하고 있다.


레이스의 흐름이 바뀐 순간은 트랙이 점점 마르기 시작하면서였다. 젖은 노면에서 강했던 미쉐린 타이어는 마르는 노면에서 점차 성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반대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페이스는 점점 좋아졌다. 이때부터 슈마허는 알론소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략적인 변수까지 더해졌다. 알론소는 트랙이 마르면서 그립이 떨어지자 앞 타이어만 교체하는 전략을 선택했는데,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 큰 실수가 되었다. 앞 타이어만 새것으로 바꾸면서 앞뒤 타이어의 균형이 깨졌고, 차량 밸런스가 불안정해지면서 랩타임이 급격히 느려졌다. 반면 슈마허는 타이어를 그대로 유지하며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고, 그 결과 두 드라이버 사이의 격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레이스 중반, 알론소의 팀 동료인 Giancarlo Fisichella가 먼저 선두를 가져갔고, 슈마허는 그 틈을 타서 Lap 31에서 알론소를 추월하며 레이스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알론소는 Lap 35에서 슬릭 타이어(slick tyre)로 교체하며 다시 속도를 끌어올리려 했다. 슬릭 타이어는 홈이 없는 완전한 마른 노면용 타이어로, 트랙이 충분히 마르면 가장 빠른 성능을 낸다. 하지만 이때 피트 스톱에서 휠 너트 문제로 시간이 지연되는 불운까지 겹쳤다. 알론소는 4위로 트랙에 복귀했고, 선두와의 격차는 거의 1분 가까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결국 슈마허는 그대로 선두를 지켜내며 알론소를 3.121초 차이로 제치고 체커기를 받았고, 이 결과로 슈마허는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도 알론소와 동점을 이루며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타이틀 경쟁을 이어가게 된다. 비록 그해 챔피언은 결국 알론소에게 돌아갔지만, 상하이에서의 승리는 슈마허의 전설적인 커리어를 장식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남았다.

Ferrari Formula One driver Michael Schumacher of Germany crosses the finish line on his way to winning the China Grand Prix at the Shanghai International Circuit, 01 Oct 2006. (CLARO CORTES IV / POOL / AFP)

 

 

2007년 값비싼 대가를 치룬 해밀턴의 실수

이듬해 열린 2007년 중국 그랑프리는 또 다른 사건으로 F1 역사에 남게 된다. 데뷔 시즌부터 돌풍을 일으키던 루키 드라이버, Lewis Hamilton은 이곳에서 챔피언십을 눈앞에서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해밀턴은 전년도 GP2 챔피언 자격으로 McLaren에 합류했고, 데뷔 시즌부터 곧바로 우승 경쟁에 뛰어드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그랑프리는 시즌 17라운드, 즉 마지막에서 두 번째 레이스였고, 그는 이미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포인트 상황은 해밀턴 107점, 알론소 103점, Kimi Räikkönen 100점으로, 해밀턴은 이 경기에서 좋은 결과만 얻으면 신인 챔피언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실제로 레이스 초반 분위기도 해밀턴에게 유리했다. 그는 예선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선두를 유지하며 레이스를 이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트랙이 점점 마르기 시작했고, McLaren은 해밀턴을 너무 오래 트랙에 남겨두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결과 그의 리어 타이어는 극도로 마모되었고, 타이어 표면의 고무층이 닳아 내부 구조(카커스, carcass)가 드러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결국 팀은 Lap 30에서 뒤늦게 피트 스톱을 지시했다.

그러나 피트 레인으로 들어오는 순간, 결정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마모된 타이어 때문에 제동력이 약해진 해밀턴의 레이스카는 피트 입구 코너에서 그대로 미끄러졌고, 피트 레인 진입로 옆의 자갈 트랩(gravel trap)에 빠져버렸다. F1 머신은 바닥이 매우 낮기 때문에 자갈에 걸리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다. 결국 해밀턴은 데뷔 시즌 첫 리타이어를 기록하게 되었고, 챔피언을 확정할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게 된다.

 

이 사고로 인해 챔피언십 경쟁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시즌 최종전인 브라질에서 라이코넨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110점으로 극적인 역전 챔피언이 되었고, 해밀턴과 알론소는 각각 109점으로 단 1점 차이로 타이틀을 놓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2007년 중국 그랑프리는 당시 "루키" 해밀턴의 뼈아팠던 실수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British Formula One driver Lewis Hamilton from the McLaren Mercedes team drives onto the gravel after running wide on the first corner during the second practice session of the Chinese Grand Prix at the Shanghai International Circuit, 05 Oct 2007. (MARK RALSTON / AFP)

 

 

2010년 젠슨 버튼의 기상예보(?) 적중!

2010년 레이스 역시 전략이 승부를 좌우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Jenson Button은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경기 초반 비가 내리자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빗길용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교체했지만, 버튼은 슬릭 타이어(마른 노면용 타이어)로 그대로 주행을 이어갔다. 비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고, 피트 스톱으로 시간을 잃기보다는 트랙 위에 남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당시 많은 팀들이 비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교체했지만, 버튼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확했다. 비는 오래가지 않았고 트랙은 빠르게 마르기 시작했다.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장착했던 경쟁자들은 다시 슬릭 타이어로 교체하기 위해 추가 피트 스톱을 해야 했고, 그 사이 버튼은 트랙 위에서 꾸준히 랩타임을 유지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 전략 덕분에 버튼은 자연스럽게 선두권으로 올라섰고, 이후 레이스의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특히 그는 타이어를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고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 스타일로 타이어 마모를 최소화하며 리드를 유지했다. 이는 버튼이 젖은 노면과 변화하는 트랙 컨디션에서 뛰어난 드라이버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 후반에는 같은 McLaren 소속의 팀 동료 Lewis Hamilton이 새 타이어를 장착하고 빠르게 추격해 오며 긴장감이 높아졌다. 새 타이어를 장착한 해밀턴은 한 랩에 몇 초씩 격차를 줄이며 버튼을 압박했지만, 버튼은 침착하게 페이스를 관리하며 실수 없이 레이스를 운영했다. 결국 버튼은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켜내며 체커기를 받았고, 변화하는 날씨 속에서 전략과 타이어 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대표적인 승리로 남게 되었다.

McLaren-Mercedes driver Jenson Button of Britain shows off his trophy while holding a bottle of champagne on the podium after winning Formula One's Chinese Grand Prix in Shanghai on April 18, 2010. (GOH CHAI HIN / AFP)

 

 

2018년 레드불의 뛰어난 전략 운용, 미소천사 리카르도의 공격적인 추월이 인상적이었던 명승부

2018년 중국 그랑프리는 또 다른 전략적 명승부였다. 초반 레이스는 Sebastian Vettel (Ferrari) 와 Valtteri Bottas (Mercedes-AMG Petronas Formula One Team) 사이의 싸움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퀄리파잉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한 베텔은 레이스 초반 안정적으로 선두를 유지했고, 보타스 역시 전략적인 피트 스톱 타이밍을 활용하며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당시 상황만 보면 레이스는 두 팀, 즉 Ferrari와 Mercedes의 전통적인 라이벌 구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경기 중반 세이프티카(Safety Car)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세이프티카는 사고나 트랙 위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레이스 속도를 낮추기 위해 투입되는 차량인데, 이때는 레이스카가 속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Time Loss 없이 피트 스톱을 하기에 좋은 기회이다. 이 순간 가장 빠르게 대응한 Red Bull은 즉시 두 드라이버인 Daniel RicciardoMax Verstappen을 동시에 피트인 시켜 새로운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했다. 당시 선두권 팀들은 트랙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피트 스톱을 하지 않았지만, 레드불은 새로운 타이어를 이용한 공격적인 추월 전략을 선택했다.

레이스가 재개되자 리카르도는 말 그대로 신들린 듯한 추월 쇼를 펼쳤다. 그는 뛰어난 제동과 코너 진입 타이밍을 활용해 경쟁자들을 하나씩 추월해 나갔다. 리카르도는 긴 직선 구간에서 속도로 추월하기보다는, 늦은 브레이킹(late braking)으로 코너 진입 직전에 상대를 제치는 과감한 장면들을 연출했다. 이 스타일은 리카르도의 트레이드마크로 유명하다.

Kimi Räikkönen에 이어서 해밀턴과 베텔까지 차례로 추월한 리카르도는 선두를 달리던 보타스까지 추월하며 레이스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이후 리카르도는 안정적으로 리드를 지켜냈고, 결국 체커기를 가장 먼저 통과하며 극적인 우승을 완성했다. 이는 세이프티카 상황에서의 빠른 전략 판단과 공격적인 드라이빙이 결합된 사례로, 지금까지도 중국 그랑프리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레이스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중국 그랑프리는 날씨 변화에 따른 변화무쌍한 트랙 상태를 살펴 대응하는 전략 싸움이 챔피언십의 흐름을 뒤흔드는 사건들이 잦았다. 2026년 새로운 규정 시대 속에서 다시 열리는 상하이 레이스 역시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26 상하이 그랑프리 프리뷰에서 트랙 특성과 일정을 확인하고 경기를 두 배 재밌게 즐기시기를... :) 

 

2026 F1 중국 상하이 그랑프리 프리뷰: 경기 일정, 서킷 특징, 관전 가이드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은 2004년 중국 그랑프리를 위해 독일 건축가 헤르만 틸케의 디자인에 따라 건설된 써킷으로 전형적인 "틸케드롬"의 특징을 다수 가지고 있다. 상하이 인터내셔널 써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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